본문 바로가기
ACTIVITIES/Projects

기업을 치유하는 혈액순환제, CSR

by SNUCSR 2011. 9. 19.

기업을 치유하는 혈액순환제, CSR

 

 

 지난 달 말부터 불과 한 달여 사이, 그리고 향후 한국의 5년을 결정할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한국 자본주의의 암울한 단면을 확인시켜주는 사건들로 시끄러웠다.

 먼저 11월 초 공정위는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10개 제약회사를 적발하고 과징금 2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병원과 의사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로비 백태도 충격이었지만,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엄청난 규모였다. 10조원 대로 추정되는 국내제약산업 시장 규모에서 이번 적발로 밝혀진 리베이트성 자금 규모만 5228억원이고, 이는 각 회사 약품 매출의 5~35%에 달하는 액수였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불법적인 비용의 부담은 약품을 최종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어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
추정액만 2조 1800억원이다.


 그리고 지난 1년 반 정도 사이 한국타이어의 대전과 금산 공장에서 '노동자' 15명이 각종 사고와 질병으로 숨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 해당 공장에서 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심장질환, 폐암, 식도암, 간세포암 등의 무서운 병에 걸려 죽어나간 것이다. 유가족들과 관련 단체들은 유독성이 강한 물질을 취급하는 작업 환경, 억압적인 근무환경,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엔 한국산업안전관리공단도 역학조사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협력업체'의 납품 부품값을 부당하게 깎았다가 공정위로부터 각각 17억원의 과징금과 46억원 물품 대금 지급을 명령 받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협력업체의 부품 가격을 일방적으로 3.4%인하했는가 하면, 대금 지급을 지연하고, 다른 차종 부품에 대한 가격 인상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기본이었으며, 계열사인 모비스에 대해서는 8.5%까지 부품가를 인상하여 부당 지원하는 등 불공정 거래행위를 일삼았다.


 끝으로 현재 태풍의 핵인 삼성 비자금 양심 고백 사건이다. 전직삼성 법무팀장이 삼성 임원들의 비자금 계좌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검찰, 정부 당국의 관료들에게 떡값을 제공하고 이들을 관리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한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더불어 그는 이건희 회장의 에버랜드 불법 승계 재판 과정에서도 증거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고백하였다. 기업 경영으로 벌어들인 돈이 일부 지배 '주주'와 특수 관계인들에게로 고스란히 새나간것이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책임 결여가 그 원인이라는 점이다. 매출 극대화를 위한 리베이트는 소비자의 가격 부담으로,생산량 및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죽음의 작업 환경은 노동자의 부담으로, 비용 절감을 위한 불공정하도급거래는 협력업체의 부담으로, 불법적인 자금 조성과 소유권 승계는 여타 주주와 기업 전체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이윤 및 매출의 극대화, 성장과 효율, 경쟁력의 신화가 빚어낸 한국 자본주의의 어두운 자화상이자 문제를 일으킨 해당 기업 전체에겐 큰 위험 요소가 아닐 수 없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을 위한 가장 중요한 프레임워크로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 접근을 꼽는다. 그 책임의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확장할지는구체적인 상황과 해당 기업의 재량에서 결정될 사항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영자나 소유주의 이익 극대화가 아닌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 만족을위한 틀 자체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인정되고 있는것이다. 지속가능성보고서 작성 기준인 GRI의 항목은 주주, 노동자, 소비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별로 정리돼 있으며, 유수의 사회책임투자 기관들의 포트폴리오 선정 원칙도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지표들을 구성하고 있다. 또한 ISO26000(사회책임표준)의 내용도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을 밝히고 이들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내용과 형식이 결정되는 방식이 바로 이해관계자 접근법인 것이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라는 혈관을 통해 건강한 혈액을 신체 구석구석까지 전달하지 못하면 기업은 건강을잃게 된다. 한쪽의 혈관이 막혀 피가 고이고 적체되면 혈관은 썩고 기업 역시 썩어 버린다. 기업은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고루고루 분배하고 건강하게 그 가치가 흐를 수 있는 구조(혈관)를 만들지 못하면 가치의 적체가 일어나고 그만큼 리스크 요인은 상승하게 된다. 혈관이 막힌 채로 맛있는 음식만 먹고 덩치만 키우는 기업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과 개발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기업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건강하고 성장할 수 없다. 우리는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 기업의 이해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강한 성장의 토대가 절실하다. CSR에 대한 강조는 바로 이러한 관점과틀을 제공해주는 유용한 도구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