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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TIES/Projects

CSR 기획특집 Essay 코펜하겐, COP15에서

by SNUCSR 2011. 9. 19.

CSR 기획특집 Essay

코펜하겐, COP15에서

 

심창현

 

 

 

스톡홀름에서 코펜하겐까지

 

스톡홀름에서 출발한 기차는 6시간의 지루한 여행 끝에 말뫼역에 도착했다. 스웨덴 중부 못지 않은 추위에 목도리를 더욱 여매며 코펜하겐행 기차로 갈아탔다. 덴마크 사람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나와 탄자니아 친구의 두툼한 배낭을 보더니 말을 걸었다. COP15 때문에 코펜하겐에 가느냐고. 그 남자는 이 세계적인 행사로 도시가 매우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30분 후 코펜하겐역에 도착하자 여행객들이 침낭과 무거운 배낭을 매고 삼삼오오 모여 있었으며 역 앞 버스 정류장에는 COP15 행사장행 버스를 안내하는 전자표지판이 서있었다. ‘드디어 역사적인 현장에 왔구나속으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설레는 첫 발을 내디뎠다.

 

 

COP15, 기대와 실망

 

지난 12 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제 15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nference of Parties, 이하 COP15)가 열렸다. COP15은 일찌감치부터 교토 의정서 뒤를 잇는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이 탄생하게 될 회의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 세계 각 국의 정상들은 앞다투어 코펜하겐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교토 의정서에 소극적이었던 미국과 중국의 태도 변화가 결정적인 호재가 되었다. COP15가 가까워질수록 코펜하겐에는 덴마크 경찰력이 역부족을 느낄 만큼 전 세계에서 수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코펜하겐 시내에는 심지어 스웨덴 경찰이 지원을 나와 있었다). 나 역시 전세계가 힘을 합쳐 기후변화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코펜하겐을 방문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열기에도 불구하고 회의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고야 말았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갈등은 여전히 첨예하였으며 의정서에 준하는 구속력 있는 결과물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폐회되었다. 참가국 대표단의 각기 다른 입장을 두루뭉실하게 포괄한 코펜하겐 협약(Copenhagen Accord)’은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COP15의 단면을 보자

 

이 글에서 이야기할 내용은 이 회의에 대한 평가도 아니며 기후변화에 대한 전망도 아니다. 코펜하겐 협약에 대해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더 훌륭하게 진단을 내리고 있으며 올해 멕시코 칸쿤에서 열릴 예정인 COP16에 대한 전망 역시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전문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다만 대학생의 눈으로 바라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모습을 전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적 영향과 사회경제적 영향을 온 몸으로 경험하게 될 세대가 바로 우리 세대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해 상식 이상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기후변화라는 과학적 사실에 전 세계 정부, 기업, 시민단체는 각기 어떠한 대응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입장의 차이가 COP가 개회되는 동안의 시공간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 등의 세계적인 추세와 흐름에 친숙해진다면 지속가능성 이슈가 현대에 던지는 의의를 포착하기 더욱 쉬워질 것이라 믿는다.

 

코펜하겐에는 11일에 도착했다. 도시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숙소를 잡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를 예상한 한 단체에서는 “New Life Copenhagen”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COP15에 참가하기 위해 코펜하겐에 온 3,000 여 명의 활동가들에게 홈스테이 형식으로 머물 집을 연결해주기도 하였다.

 

 

 

12일에는 코펜하겐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COP는 실질적으로 두 축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었다. 벨라 센터(Bella Center)에서 진행되는 공식 대표단의 협상과 회의가 한 축이며 코펜하겐 도심에서 열리고 있는 NGO, 지식인, 학생, 농부, 원주민 들의 Klima Forum 09가 또 다른 한 축이었다. 12일에 열렸던 집회에는 경찰 추산임에도 약 4만 여 명이나 되는 인원이 참여했다

 

이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바로는 이 4만 여 명의 참가자들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었으며 개인별, 단체별로 조금씩 다른 목적과 주장을 가진 흥미로운 집합이었다. 집회 행렬은 코펜하겐 도심에서 2시경에 출발하여 회의가 열리는 벨라센터에 오후 6시경 도착하였다.

 

집회 시작 전에 각 단체와 개인들이 전달하려는 메세지들을 구경하던 중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환경재단의 최열 대표님. 환경재단은 이번 COP15에 한국 시민사회 대표단을 이끌고 왔었다. 이분들은 집회 시작 전 빙산 모양의 구조물을 설치하고 한글과 영어로 된 전단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시민사회 대표단을 보낼 만큼 기후변화가 중요한 이슈가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xml:namespace prefix = o /><?xml:namespace prefix = o />

 

 

COP의 양대 축

 

13, 14일 양일에 걸쳐 참가하였던 Klima Forum COP 행사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다. 공식 회의장에는 출입 허가증을 발급받은 관계자만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 외의 모든 사람들은 특정 행사가 없는 날에는 이 Klima Forum에서 머물렀다. 이 포럼은 COP 공식 일정과 맞물려 진행되며 오전부터 저녁까지 기후변화와 관련된 주제로 강연, 세미나, 토론 등이 진행되었다. COP 규모에 걸맞게 상당히 걸출한 시민사회계 인사들이 연사로 등장하였다. 오프닝 강연은 Naomi Klein이라는 저명한 저널리스트가 맡았으며 350 운동을 주도한 Bill McKibben 등 경제, 사회, 정치, 과학 분야의 다양한 인사들이 참가자들과 활발하게 지식을 공유하였다. 이 밖에도 세계 최초로 탄소 중립을 선언한 몰디브의 Nasheed 대통령이 연사로 깜짝 등장하기도 하는 등 포럼의 규모는 상당히 크고 짜임세가 있었다. 이 포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집단 지성을 통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것이 바로 ‘Purple Room’ 이었다. 이곳에서는 기후변화의 각 분야(에너지, 시민행동, 기술 등)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앉아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또한 프로필을 등록하면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온라인으로 연결을 해주었다. 이 방의 존재는 자칫 일회성으로 끝나기 쉬운 포럼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실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었다.

 

Klima Forum에 이어 대학생들이 참여한 행사에도 다녀왔다. 예일대학교에서 주최하고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열린 COP15 대학생 포럼이 그것이다. 이 포럼의 기본 골격은 미국, 유럽, 아시아의 대학생들이 팀을 이루어지속가능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것이었다. 15개 팀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홍보물(PPT, 포스터)을 제작하여 전시, 발표를 하면 이를 심사위원들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중국, 일본의 대학교 학생들도 4팀이 참가하였는데 이들 역시 자신들의 대학교와 학생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코펜하겐에 왔음을 알 수 있었다. 국경이 의미 없는 기후변화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대학생들이 활발하게 연대하여 이러한 성격의 행사를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일단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대학생들의 발상을 모아 지식 공유장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만 있다면 우선 한국의 대학생들만이라도 모아 기후변화에 관심 있는 한국의 대학생들의 구심점을 만드는 행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거버넌스는 등장할 수 있을까?

 

COP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식 행사에 참석하지 못 한 점이 이번 방문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었다. 공식 회의와 그 주변에서 열리는 Side Event에 참석했더라면 두 축에 대한 사진과 인상을 모두 이 글에 담을 수 있었을 터였다. 보안 문제 등으로 출입 허가증 통제를 하는 것은 십분 이해가 되지만 공식 대표단과 시민단체의 갈래로 나뉘어 COP가 진행된 사실 자체는 UN과 정부 주도의 기후변화 대응 방식의 맹점이다. WTO 총회나 WEF와는 다르게 COP는 그래도 정부, 기업, 시민단체 간에 환경이라는 공통분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여지가 가장 크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괄하는 거버넌스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이들 간의 간극은 물론이고 선진국 정부와 개도국 정부 간의 갈등도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면 코펜하겐의 실수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얼음 곰의 현실

 

코펜하겐 도심의 곳곳에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띠는 작품은 코펜하겐 얼음 곰(Copenhagen Ice Bear)’이었다. 철제 뼈대 위에 얼음으로 살을 붙이고 곰 모양 조각을 한 이 작품은 12 5일에 도시 중심부 광장에 세워졌다. 14일 당시 이 작품을 확인하였을 때 얼음 곰은 이미 절반 이상 녹아 내린 상태였다. 남아있는 얼음으로 원래의 외양을 짐작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이미 드러난 철제 뼈대가 더욱 앙상하게 보였다. 이 모습이 기후변화가 진행 중에 있는 지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내 자신에게 반문을 던지게 한 작품이었다.

 

 

 

이 글은 필자가 코펜하겐 방문기를 올렸던 Road to Copenhagen (http://roadtocopenhagen.wordpress.com/) 블로그의 글 일부를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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