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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스터디] LH 사태로 알아보는 공공기관의 윤리경영

by SSBM 2021. 5. 29.

LH 사태로 알아보는 공공기관의 윤리경영

28기 김현서 이유림 정영인 최명진 29기 이지환

1.   서론

공공기관은 공적인 기관으로, 국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공복지를 증진하는 것이 역할이자 책무다. 실제로 공공기관은 경제발전의 촉진, 보편적 서비스의 공급, 독점적 기업의 방지, 사회간접자본의 구축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대다수의 공공기관은 이와 같은 공적인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러한 공공기관은 자체 수입액과 큰 자산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공공성에 대한 적극적인 기여가 있어야 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공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공기업은 주요 사업의 연장선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고 확장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공공기관의 경우 수익성 추구에 대한 압박이 민간보다 적어 부정부패의 위험이 높고, 중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정부에 의존한다는 취약성이 존재한다. 이에 부정부패를 경계하고 공정운영과 윤리경영을 실천하며, 공적 가치를 발휘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민에게 안전과 안심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도 공공기관의 지속가능경영은 필수적인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LH 사태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정부의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광명, 시흥 신도시 사업지역의 토지를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후 정부합동조사단이 출범하여 사건을 조사하였다. 현재 LH 투기 의혹 수사 중이며, 3기 신도시 정보가 업무상 비밀에 해당하고 업무 관련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입증 시 부패방지법 제86조에 따라 LH 투기 혐의 직원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 및 투기 이익 몰수 및 추징이 가능하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공직자의 부당한 사적 이익 추구를 비롯한 공직자 윤리 문제가 부각되었으며, 전문가들은 LH 사태가 대중적 땅 투기, 정부의 도덕적 해이, 공공 확대에 선행해야 할 신뢰성 부재, 수도권 집중 현상 등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압축해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LH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공공기관의 윤리경영에 대하여 알아볼 것이다.

2.     LH와 ‘윤리경영’

 우선 이번 사태의 쟁점인 ‘윤리경영’이라는 개념이 LH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었는지 내외부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LH의 SR을, 외부적으로는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를 통하여 윤리 경영 및 공정운영과 같은 사항들을 알아볼 것이다.

 본격적으로 SR을 살펴보기에 앞서 전반적인 LH의 지속가능경영을 살펴보았다. LH는 지속가능경영규정, UNGC 원칙, 추진 체계 및 성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크게 경제, 환경, 사회 분야를 아우르는 목표로 ‘국토가치’, ‘인간중심’, 국민행복’, ‘생명과 환경’을 세우고 그 아래 세부적인 목표들을 잡고 있다. 그중 윤리경영과 관련해서는 사회 분야의 세부목표들이 해당는데 12번 ‘공정사회 구현 선도’, 14번 ‘사회적 신뢰 구축’ 15번 ‘임직원 신뢰 확보’가 이번 사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추진체계를 바탕으로 LH는 2007~2009년, 그리고 2012년~2019년에 걸쳐 비교적 꾸준히 SR을 작성한 것과 더불어 LH는 UNGC 10대 원칙을 중요시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었는데 2011년과 2019년도에는 별도로 UNGC 이행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런 점들을 통해서 LH에서 지속가능경영에 꾸준한 노력을 들이고 있었고, 촘촘하게 짜여진 추진체계하에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 가치를 다루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구체적으로 윤리경영과 관련된 SR 내용으로는 윤리경영 시스템과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등이 있다. LH에는 윤리경영 시스템이 존재하여 오롯이 ‘윤리경영’만을 위한 비전 및 전략 체계도가 따로 설정되어 있다. LH는 ‘투명하고 공정한 윤리경영 정착이 필수적임을 인식하여 청렴과 공정을 핵심가치로 삼아’ 이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그 내용도 내부적으로는 감사실 및 윤리경영 추진단, 외부적으로는 청렴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는 등  건실한 체계가 잡혀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는 대체로 공사나 용역을 의뢰할 때 부당계약이나 부정청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따라서 LH에서는 이렇게 자체적으로 윤리경영 시스템 체계를 구축하고,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윤리경영만을 위한 미션 및 비전 체계도를 수립하는 등 SR을 통해서는 윤리경영을 중시하고 있고 윤리경영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SR은 부패방지 활동 항목에서도 잘 짜여진 모양새를 나타냈다. 그런데 이중 특히 ‘부패 취약분야 제도 개선’이라는 하위 카테고리를 보면 흥미로운 점을 알 수 있다. LH가 파악한 ‘부패 취약 분야’는 입찰, 심사과정의 투명성, 부정당업자, 건설 현장 식당 선정이 전부인 것을 알 수 있고 정작 임직원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제도가 마련되거나 개선되는 부분이 없었다. 그나마 아래쪽에 실행되고 있는 다른 활동을 보면 ‘현장 맞춤형 윤리교육’ 역시 LH 직원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이 아니라 부정 청탁을 받는 것을 대비하기 위함이고 ‘청렴 주니어보드’는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부패방지 프로그램으로, 과연 신입사원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의견들이 실제로 조직 운영에 반영될 수 있을지와 관련하여 그 실효성을 따지기 어려운 활동들이었다. 따라서 이렇게 사실상 자화자찬인 SR에서조차도 임직원들 본인에 대한 부정부패 방지 제도나 활동은 부재하고 있었다.

2.2.      윤리경영 평가

 다음으로 LH와 관련된 내외부 윤리경영평가를 보면, 먼저 자체적으로 평가하여 SR에 수록된 윤리경영지수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약 72점에서 79점으로 증가했다. LH 직원들은 매년 자신들의 윤리 및 청렴도 수준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었다. 이에 비해 국민권익위에서 실시한 2020 청렴도 평가를 보면 종합청렴도와 외부청렴도가 모두 4등급이었는데, 평가단계에서 5등급이 존재는 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기업은 없기 때문에 사실상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LH는 외부 청렴도 평가에서 4년 연속 4등급을 받았다. 이에 반해 내부 청렴도 평가는 2018년과 2020년 2등급, 2017년과 2019년 3등급으로 모두 외부 평가보다 높았다. 청렴도 평가를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외부 청렴도 평가는 해당 공공기관과 직접 업무 경험이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으로, 내부 청렴도 평가는 현재 해당 공공기관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으로 측정하고 종합 청렴도는 이 둘을 종합하여 측정하게 된다.

이처럼 LH는 SR과 청렴도 평가에서 볼 수 있었듯 내부에서 윤리경영이 매우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았지만 외부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평가되어, 자체적인 평가와 외부에서의 평가가 상반되고 있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LH는 윤리경영과 청렴한 운영에 있어서 안일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3.     LH 사태 이후 형성된 규제

3.1.      공직자 윤리법

 다음으로는 LH 사태 이후 형성된 규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LH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이와 유사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법안이 통과되었는데, 이를 가리켜 ‘LH 방지 5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첫 번째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부정하게 취득한 미공개 정보로 부동산을 매매할 경우 법적 제재를 가하도록 조항을 추가한 법안이고,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에서도 LH 현 직원뿐만 아니라 10년 이내 퇴직자 역시 공사 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부동산 거래를 할 경우 처벌을 받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부동산거래법 개정안’에서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여 부동산 법령 위반사항을 조사하고 수사기관에 의뢰할 수 있도록 하였고,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서는 부동산 관련 업무에 종사하거나 부동산 정보를 취급하는 공직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였다. 마지막으로 ‘이해충돌방지법’은 직무상의 비밀을 이용한 재산상의 이익 취득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 중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과 이해충돌방지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공직자 윤리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부동산 관련 업무에 종사하거나 부동산 정보를 취급하는 공직자는 의무적으로 재산을 등록해야 하며, 재산을 등록할 시 취득 일자, 취득 경위, 소득원과 그 형성 과정도 기재해야 한다. 현행법은 4급 이상의 일반직 국가공무원, 공기업의 장·부기관장·상임이사 및 상임감사 등에 한해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은 재산등록 의무화 대상을 확장하여 부동산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공직 유관단체 전 직원까지 포함하고 있다.

3.2.      이해충돌방지법

 다음으로 이해충돌방지법을 보기에 앞서 이해충돌의 정의를 살펴보면, 이해충돌은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와 공익 수호 책무가 상충하여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 수행이 저해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예시로 공공기관의 내부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행위, 공직자 가족과 공공기관이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등이 있다. 이처럼 법적·도덕적 책임이 중시되는 공적 영역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행위를 방지할 법률이 미비한 상황이었으나,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이해충돌방지법이 의결되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될 경우 공직자는 직무 수행 시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를 미리 신고하거나 회피해야 하며, 직무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외에도 직무 관련 외부활동 제한, 가족 채용 제한, 퇴직자 사적 접촉 신고 등의 조항 등을 담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국회의원 등 약 190만 명의 공직자에게 적용될 예정이며, 법안 공포 후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2년 5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을 통해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예방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을 보장할 수 있으며, 공공기관 운영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향상시킴으로써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     결론 및 제언

4.1.      규제의 실효성

 정리하자면 LH 사태와 관련된 윤리경영 이슈로서 내부적으로는 SR 내용과 현실의 괴리, 외부적으로는 윤리경영 관련 규정의 미비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LH 사태 이후 형성된 규제로 공직자윤리법,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러한 법안들이 사전적인 차원에서 반부패를 실현하는 데 영향을 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규제들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일반 원칙을 정하는 공직자윤리법과 구체적인 규정을 정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의 영역 구분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여러 법안을 두기보다는 흩어진 공직자윤리 관련 법안을 하나로 통합해 알기 쉽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189만 명의 공직자와 직계 존·비속을 관리하는 것의 실효성, 현실성, 행정 효율성과 관련해, 윤리경영을 위해 지나치게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업무의 비효율성 및 비용의 과다 증가를 야기한다는 비판 또한 존재한다. 결국 이번 법안 처리가 LH 사태와 여론의 압박에 대응해 급하게 이루어진 만큼 그 실효성과 현실성에 대해서는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4.2.      추가적인 대책

 이외에 추후 윤리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LH 사태를 통해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기업의 경영전략 체계 혹은 사규에 윤리경영과 관련된 내용을 적극 포함하는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이전에도 윤리경영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특히 국가의 핵심 정보를 보유한 공공기관의 경우 반부패 관련 내용을 중요 책임으로 구분해 미션, 주요 사업 혹은 프로그램 단위에 내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반부패 실천 의지를 사규를 통해 구체적으로 표명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실제 정부는 공공기관 사규를 전수 점검해 이해충돌 예방 장치가 사규에 도입되도록 해 이행 실적을 부패방지 관련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종종 논의되었던 ‘SR 작성 시 철저한 외부 검증’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속가능보고서를 검증하는 대표적인 표준으로서 AA1000시리즈가 존재하는데, AA1000AS에 따르면 검증의 내용에 대해서 두 가지, 검증의 수준에 대해서 세 가지의 구분이 존재한다. 먼저, 검증 내용으로는 1유형과 2유형이 있는데 1유형이 포괄성, 중요성, 대응성이라는 검증의 기본원칙의 ‘충족 정도’에 대한 검증이라면, 2유형은 기본원칙의 충족  정도뿐만 아니라 특정 성과정보에 대한 ‘신뢰성’까지 검증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검증 수준으로서는 중위 수준과 고위 수준이 있다. 중위 수준의 경우 중간 정도의 신뢰성을 검증해 조직 내부 정보원에게만 증거를 수집하는 한편, 고위 수준의 경우 높은 수준의 신뢰성을 중시하며 조직 ‘내외’의 정보원과 이해관계자로서 증거를 수집하고 특정 성과정보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을 확보하게 된다.  LH의 SR을 보면, 2019년~2020년 외부 검증인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1유형, 중위 수준에서 검증 업무를 수행했음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이 사각지대를 야기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많은 기업에서 1유형 중위 수준의 계약을 채택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정보의 비대칭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부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2유형과 고위 수준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한 개선이다.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 중 사회적 가치 구현에 관한 부분에는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 및 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의 5가지 항목이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3점으로 낮은 수준인 윤리경영의 배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 경우 불가피하게 다른 항목들의 배점이 줄어들게 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세부평가내용에 앞서 말한 사규의 존재 여부를 명시하거나, 반부패와 관련된 내용을 별도로 분리는 방식으로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4.3.      생각해볼 문제

 이러한 방식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공공기관과 관련된 사회적 책임에 있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민간에 비해 수익성 추구나 효율적 경영에 대한 인센티브가 떨어진다는 것은 사실 계속해서 지적되어온 문제였으며, 이번 LH 사태가 발생한 지형적 환경을 조성했다고도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의 특성과 사회적 책임을 묻는 방식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공공기관의 어떤 개혁과 정책수단이 필요할지에 대한 논의가 추후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