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UBLICATIONS/SNUCSR Post

[케이스스터디] ESG 관점에서의 HRM 전략

by SNUCSR 2021. 5. 29.

ESG 관점에서의 HRM 전략 - 산재 이슈와 대응을 중심으로

29기 김영은 28기 이나연 이석범 29기 이재용

1.     ESG관점에서의 HR 관리 중요성

오늘날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한 투자의사 결정을 내림에 있어서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 등 통상 ESG로 대표되는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 2020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ESG 투자원칙에 기반한 전 세계 투자금의 규모가 40조 달러에 이르는 등 ESG는 이제 영향력 있는 하나의 투자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은 이러한 ESG 투자 트렌드 확산에 대응하여 그룹 혹은 기업 차원에서 ESG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ESG 경영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SG가 새로운 투자와 경영의 패러다임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기업의 ESG를 평가하는 평가기관과 인덱스가 여럿 존재한다. ESG 경영평가 지표로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는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와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의 ESG 지수를 들 수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상장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ESG 평가 인덱스를 살펴보면 인적자원관리(HR)와 관련된 지표가 ESG 평가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는 경제와 환경, 사회 차원에서 각각 33%씩의 평가 비중을 할당하고 있다. 그리고 총 33점을 차지하는 사회면에서 인적자원개발, 인재의 확보와 유지, 노동 관행, 기업시민정신 등 HR과 관련된 평가요소가 제법 굵직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industry-specific criteria까지 고려하면 HR과 관련된 평가요소의 총 비중은 상당할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MSCI ESG 평가지수 역시 마찬가지다. ESG score를 구성하는 Social Pillar에는 Human Capital이라는 하나의 축이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하위에 노무관리, 보건/안전, 인적자원 개발, 공급사슬 근로기준과 같이 다양하고 구체적인 평가 지표가 마련되어 있다.

이처럼 ESG 경영 성과 평가에 있어서 HR 관련 지표가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기업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HR 관련 관행과 정책들이 그 기업의 경쟁력과 투자매력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ESG 관점에서의 HR은 단지 인적자원의 확보와 개발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노동 관행, 인권, 인적자원개발, 인재 확보와 유지, 기업시민 정신 그리고 보건/안전 이슈까지 다양한 주제와 이슈를 포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보건과 안전 이슈에 주목해 볼 수 있다.

 

 

2.     국내 산재현황

HR 이슈 중 보건과 안전 이슈에서 더 세부적으로 접근하여 산재 현황 및 최근 이슈에 대해 살펴보면, 2020년 산재 사고사망자는 882명으로, 2019년에 비해 27명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산재 사고사망자 현황은 건설업과 제조업의 비중이 74.1%이다. 재해유형별로는 건설업에서는 추락사고가 56.7%, 제조업에서는 추락·끼임 사고가 48.8%를 차지하고 있으며, 안전불감증을 원인으로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근로자 1만 명당 사고/사망자 수인 사고사망만인율은 2011년부터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종별로 살펴보아야 할 필요도 있다. 제조업 사고사망자는 감소한 반면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전년보다 30명 증가한 458명이었으며, 이는 전 업종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유수 기업들의 산재 사례는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와중에, 전반적으로 건설업계 사례가 특히 많다. 앞서 소개한 노동자 사망만인율이 규모별 같은 업종의 평균 이상인 사업장은 GS건설, 롯데건설, 두산건설 등 655곳이다. 이러한 흐름 속, 관리·감독을 받게 되는 기업들의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2019년에 6, 2020년에 4건 연속으로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현장 근로감독을 받게 됐다. 한편 포스코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직업성 암 산업재해를 입었다고 주장해왔는데, 최근 3년 내 2회 이상 산재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포스코 등 철강제조업체들에게는 2023년까지 역학조사가 실시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인 2017 5월 매년 1,000명 가까이 발생하는 산재 사고 사망자를 임기 내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목표치를 700명대로 다시 수정하면서 소기의 목적 달성이 어려워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 3 25 2021년 산재 사망사고 감소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산업현장의 관심이 증가한 상황에서 올해 법 시행 전기업이 중대재해 예방을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하에 실질적인 사망사고 감소를 위해 관계부처가 참여하여 마련한 것이다.

 

3.     중대재해처벌법

산재 사망사고 이슈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된 내용이다.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 882명을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이 714명으로,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했지만 해당 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유예 기간을 두기로 함에 따라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공백과 실효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소개하고 이와 관련된 찬반 논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현재 산재사고와 관련한 대표적인 법률 이슈로 최근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이하 중대재해법)을 들 수 있다. 중대재해법은 기존에 없이 신설된 법으로서, 앞으로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내리고, 기업은 10억 원 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1)    입법 배경과 내용

중대재해법의 입법 배경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높은 산재 사고, 치명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약 1,000명이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으며, 통계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산재 치명률이 OECD 국가 중 상위권이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최근 중대재난으로서 이슈되었던 태안화력 사망사고, 중대 시민 재난인 세월호 사고, 가습기살균제 사고와 같이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가 국정 기조로서 산재 사망자를 2017년의 1,000명에서 2022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정책 기조를 제시하고 이에 따라 매년 산재 사고 목표치를 제시하고 관리 감독 및 사법 조치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중대재해법에서의 중대재해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의미하는데, 중대 산업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는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한편 중대 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 이용시설, 교통수단 등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 중 중대 산업재해와 비슷한 요건을 충족하는 재해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는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과받는데, 특히 경영 책임자와하청 구조에서 원청에 대한 의무 부과가 가능해진 부분이 주목할만하다. 또한 경영 책임자에는 행정기관이나 지자체, 공기업, 공공기관의 장 또한 포함된다.

다음으로 중대재해법 위반에 대한 처벌 사항을 살펴보면, 우선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의 경우 사망자 및 부상자 발생 시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법인이나 기관은 벌금형을 적용받는다. 또한 징벌적 의미의 손해배상도 명시되었는데,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 위반 시 손해액의 5배 이내에서 배상 책임을 규정했다. 다만 경영계의 반발과 의견 조정 과정에서 상시근로 5인 미만의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적용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시행 시기도 상시근로자 50인을 기준으로 50인 이상은 내년부터, 50인 미만은 2024 1월부터 적용된다. 한편 대다수의 내용이 1년 후 시행되는 반면, 16조에서 규정한 정부의 중대재해 예방 대책 수립, 시행 의무와 사업주 및 법인에 대한 예방사업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은 현재 시행되고 있다.

 

2)    제정 과정과 찬반 논쟁

중대재해법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로 중대재해법의 제정 과정을 알아보자. 중대재해법은 이전 국회인 2017 20대 국회 당시 비슷한 내용으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발의되었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후 현재 21대 국회에서 여러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에 관한 법률‘,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안‘,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업의 책임 강화에 관한 법률’을 종합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법이 나오게 되었다. 기존 법의 재개정이 아니라 처음 제정되는 법인만큼, 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총 6번의 소위원회와 1회의 공청회, 그리고 경영계와 각종 유관기관 의견 수렴과 여야 합의 과정이 길었다. 이런 결과로 소상공인과 학교,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 등은 적용에서 배제되고, 원안보다 징역과 벌금의 형량도 완화되었다.

한편 신설법의 의미를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중대재해법과 작년 1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비교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1990년 전부개정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2019년에 전부개정되었다. 이렇게 오랜만에 전부개정된 만큼 개정법은 각종 산재사고에서 기업의 안전관리책임,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는 각종 화약 물질 사용의 위험성, 그리고 최근 배달원처럼 근로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재 예방 필요성의 배경으로 개정되었다. 따라서 이 법에서는 크게 보호 대상을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넓히고, 도급인 사업주의 의무를 확대하고, 화학물질 관리제도를 개선해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 제출을 강조하고, 벌칙 규정을 강화했다. 두 법을 비교해볼 때 중대재해법이 의무 내용이 더 포괄적이고, 처벌 수준도 더 강하다는 차이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신설되는 법인 중대재해법은 의무 및 처벌 사항의 범위와 강도에 대한 많은 이견 끝에 통과되었지만 여전히 법에 대한 이견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1월에 법 통과 당시 국회 의안 회의록을 바탕으로 법에 대한 각 정당 의원의 의견을 살펴보겠다.

국민의힘 권성동, 김태흠 의원은 법 자체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문제 삼았는데, 구체적으로 형사처벌의 범위를 넓히고 강도를 강화하는 것이 과연 산재 예방을 위한 실효적인 조치일지 의문을 제기하고,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 법을 급하게 제정하는 것을 비판했다. 또한, 대부분 과실로 발생하는 산재 사고에 대한 무리한 처벌과 법의 사각지대, 원청 처벌의 무리성을 지적했다. 또한 송석준 의원의 경우 법이 결국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중소기업에게 오히려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비판하며 법 대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위원회를 제시했다.

한편 반대 진영에서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신설법의 적용 제한과 유예 규정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법의 사각지대와 대표 경영자의 책임 전가 가능성을 지적하며, 위험의 외주화로 이득을 보는 대표에게 책임이 가야 하고 정부가 어려운 중소업체를 지원해야 함을 강조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경우 법의 적용 범위를 문제 삼으며 전체의 50인 이상 사업장이 전체의 1.2%에 불과하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류호정 의원의 경우 처벌 수위를 낮춰 달라는 경총과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시행 유예, 각종 조항 삭제가 발생해 결국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이견을 살펴보았는데, 이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대부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해외 사례

중대재해법과 비슷한 법안의 사례가 해외에도 있을까 조사하며 영국의 기업 과실치사 및 기업 살인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기업 살인법이라고 지칭되는 이 법은 2007년에 제정되어 2008년 시행된 법률로서, 산재사고를 범죄로 규정해 책임 당사자 이외에 기업이나 정부 경찰 등 다양한 기관을 범죄 주체로 설정해 처벌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매출액에 비례하여 벌금의 상하한이 정해지고, 중대한 위반의 경우 상한 없는 징벌적 성격의 벌금 부과가 가능하다. 한편 경영자총협회의 자료이지만,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중대재해법과 비교해 개인에 대한 인신구속형량이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4.     기업 대응 방향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업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특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업계들은 건설, 정유, 화학, 조선, 자동차, 유통, IT 등의 업계이다. 건설은 건설 현장에서의 추락, 충돌사가 주요한 이슈이고, 정유와 화학은 현장 근로자들의 질병사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조선과 자동차, 철강 분야는 폭발과 깔림 사고가 많고, 유통업계의 경우 쿠팡이, IT의 경우 넷마블 등의 게임회사가 대표적인데, 둘 다 근무 강도가 매우 높아 과로사의 비율이 높고, 최근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내부의 안전 문제에 대한 신고 급증을 우려하는 듯하다.

기업들의 대응 방식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법의 불완전성과 모호함을 개선하도록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직 법률이 구체적인 사항을 위임한 시행령이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령 제정과정에 압박을 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내년부터 법이 시행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법무적 대응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대응 방법을 논하는 세미나, 컨설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한 경영자 단체 등에 가입하면서 공동으로 대처 방안을 모색하려는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내부의 안전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안전을 강화하는 활동과 변화를 모색하려는 노력을 꾀하고 있다.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1)    법률 보완 촉구

먼저, 기업들은 전경련,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상공회의소 등의 경제, 경영자 단체들을 통해 법안의 보완과 요건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우선 법률에 성립요건으로 규정된'1명 이상 사망'을 3명 이상 1년 내 반복발생'으로 건의하고 있다. 1명 이상 사망이 너무 가혹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두 번째,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항목을 삭제하길 요구하고 있다. 이는 '관리상의 조치'라는 개념이 모호해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무한대로 확장된다는 지적이다.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개념이 모호해 의무주체 대상을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경영책임자 개념과 의무주체를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세번째, 과잉금지 원칙 위배 소지가 있는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변경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1년 이상 징역을 0년 이하의 징역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형법이 취하고 있는 양형 방식을 채택하라는 것이다. 네 번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위반 행위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거나 정부가 인증한 전문업체에 안전관리를 위탁한 경우 처벌 면책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정상참작의 여지를 늘려달라는 요구이자 안전관리를 외주화하여 책임소재를 전가하려는 모습으로 파악된다. 다섯 번째, 중대재해를 판별하는 기준 수정에 대한 요구도 있다.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는 업무상 사고와 유사한 화학물질 유출 등에 의한 질병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급성중독으로 보기 어려운 만성질환은 직업성 발병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가적으로,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실만으로 강제 교육을 받는 것은 부당하므로, 경영책임자가 제4조의 의무를 위반해 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로 한정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한다.

 

2)    법무 대응

한편, 법률 자체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법무적 대응을 준비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광장, 세종, 율촌, 화우 등 다수의 유수 법무법인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분석, 대응 세미나를 열고 있기도 하다. 법률 자문 수요 역시 폭증하고 있으며 법무법인들은 중대재해법 대응을 위해 TF를 꾸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무 대응을 위해 쿠팡이나 IT, 게임회사들의 경총 가입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택배 노동자 사망, 과도한 근로시간, 임금 체불문제 등의 논란이 커지자 경총과 노동규제 리스크에 공동대응하기 위험이다. 강화된 규제에 경총이 우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것 같다. 산재를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의 발의 목적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업계에서는 이를 법률적인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법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 같다. 중대재해법이 과도하게 처벌을 목적으로만 한 법률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러한 모습 속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3)    안전관리 대응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가 기업들의 법무 대응만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근로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안전 강화활동 역시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안전강화 활동은 크게 조직 확대, 안전 수칙 강화, 권리 보장 그리고 물리적 안전 확보라는 4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안전 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협력회사의 안전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주요위험작업, 필요이행지침 등 현장필수 이행지침을 제정했다. 한화건설의 경우 고위험 작업에 스마트 안전기술을 적용한 이동형 CCTV를 도입해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이뿐 아니라 중장비에 센서를 설치해 사람과 구조물이 있을 시 경보음이 울리는 등 스마트 안전 장비를 현장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작업중지권리 선포식을 갖고 근로자가 안전하지 않은 환경이나 상황이라고 판단할 경우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정유업계에서는 LG화학, 한화토탈 등 주요 정유화학 기업들이 안전 수칙을 이전보다 구체화하거나 노후 설비를 개선하는 등의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사내 환경 안전 규칙보다 세분된 ‘절대 준수 환경 안전 수칙'을 만들었고, 이 수칙에는 중대 사고의 핵심 원인 10가지를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또 화재, 폭발 등 위험작업 시 가연성 가스 농도 측정, 질식 위험 작업 시 독성가스 및 산소 농도 측정, 작업장 비상통로 확보 등 구체적인 조치 사항도 포함돼 보다 안전한 근로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토탈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고 안전환경 노후 설비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생산공장 노후 설비 교체뿐만 아니라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공정 안전성을 향상한다는 계획이다. 공장 내 안전관리 역할을 하는 방재센터를 확장 이전하고 안전 설비도 확충하고 있다. 현장 작업자 수에 비례해 안전담당자도 배치하고 안전관리가 우수한 협력사에는 사후 평가를 거쳐 포상금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침도 수립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업계 최초로 무인순찰 차량과 지능형 CCTV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공장 내 유해가스를 감지하고 화재정보를 수집한다고 한다.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조직 변화를 꾀하고 있기도 하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우선 안전관리 TF를 꾸리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인사 개편에서 안전경영실을 신설했고, 안전경영실의 장은 상무급으로 편제됐으며, ESG경영 강화와 더불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현안도 도맡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삼성물산은 안전팀, 인사팀, 법무팀 등으로 구성된 TF를 운영하고 있고, 현대건설도 올해 안전관리 인력을 대폭 늘리며 정규직 비중도 확대할 계획이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품질안전실 CEO직속조직을 편제하고 사업본부장 직속 품질안전팀을 신설했으며, 안전관리자 선임대상도 확대하고 자격을 강화했다. 포스코건설은 안전전담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담당임원을 실장급(상무)에서 전무급인(CSO)로 격상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안전경영실을 신설하고 상무급 임원이 담당하도록 했으며, GS건설도 CSO를 사장급으로 격상했다.

한편,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조직개편이 결국 대표이사를 대신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총알받이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CEO 대신에 안전관리책임자가 대신 사고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망사고가 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완전히 방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바지사장을 세우는 식의 면피책이라는 내부 비판도 나오고 있다.

 

5.     제언

글을 맺으며 간단한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아직 중대재해처벌법에는 불분명한 부분이 많고 시행령도 제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들은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사업장 내에 충분한 안전보건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사전적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하여 사업 내의 산업안전에 관한 리스크를 확인하고, 안전보건확보 조치를 수립하여 실행하며, 경영책임자에게 보고하고, 이를 점검하는 활동을 선제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준비가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기업 및 경영책임자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상 민·형사 제재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안전보건관리의 컴플라이언스도 다른 컴플라이언스와 마찬가지로 발생 가능한 리스크의 식별, 평가를 통해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하면서 상시로 모니터링하는 단계로 구성해야 한다. 종전 컴플라이언스와 마찬가지로 구성하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 및 보건 확보에 대한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유해위험요인인 추락, 전기, 폭발, 화학물질 노출 등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기 위해 사고 관련 기록들과 유관부서 근로자 또는 작업 담당 근로자와의 면담 등의 과정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의 이행을 넘어 관리, 운영에 대해 잘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사적 추진체계가 구축돼 있는지, 위험성 평가 실시 여부, 산업 안전 관련 내용이 문서화돼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외형적으로 관리체계가 구축돼 있지만 회사 실정과 다르거나 구축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실제 회사 규모와 능력에 비추어 가동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호범위가 넓어진 만큼, 그 밖의 노무제공자와 사고성 재해뿐 아니라 업무성 질병 가능성까지 포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조직 관리상의 업무 배분(, 위임)만으로 대표이사 등의 형사책임을 온전히 면책하는 것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최대한 철저히 선제적으로 이행하고 안전관리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안전관리를 비용이라고만 인식하는 이상, 산업재해는 언제까지든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댓글0